괜찮아요



마소플러스
괜찮아요
- 월간 마소 2009년 3월호
강병탁 / window31@empal.com / www.window31.com


남녀가 사귈 때 서로에게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이 무엇일까? 이것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한 포털에서 본 적이 있는데, 남자 쪽의 결과가 매우 흥미로운 답이 나왔다. 먼저 여자의 경우는 “사랑해” 라는 말이 1위를 차지했다. 자신이 사귀는 남자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가장 듣고 싶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어찌보면 당연한 설문 결과로도 보인다. 그러나 남자의 경우는 놀랍게도 여자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사랑해”가 아닌 “괜찮아요” 였다.

남성의 심리적 결과 해석

여자친구에게 사랑한다는 말보다 괜찮다는 말을 더 듣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여자친구에게 잘못을 많이 한다는 것일까, 아니면 남녀관계를 객관적으로 따지고 보았을 때 남자 쪽에서 실수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더 많기 때문인 것일까. 설문에 참가한 이들에게 직접 물어볼 수 없으니 진실을 확인할 순 없지만, 아무튼 “괜찮아요”라는 말을 듣고 싶어한다는 얘기는 본인이 무언가에 쫓기듯 불안한 상태에 있고 상대방에게는 자신에 대한 배려나 위안을 바란다는 해석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프로젝트 진행시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 오류

이와 같이 “괜찮아요”를 필요로 하게 되는 경우는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여러 사람이 함께 작업하며 진행한다. 프로젝트에는 개발팀이 있으며 영업지원팀, QA팀, 문서작업팀 등여러 팀이 존재한다. 개발팀에서 코드를 작성하여 기능을 구현하면 QA팀에서는 프로그램에 문제가 없는지 다각도의 테스트 진행을 한다. 테스트가 완료되면 문서작업팀에서 프로그램의 매뉴얼 작성과 FAQ 가이드 등에 대한 문서 처리를 하며, 영업지원팀에서는 프로젝트의 진행상황에 대해 고객사와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다.

이윽고 납기일이 되어 제품이 릴리즈 되고 라이브 서비스가 시작된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문제가 생겨 사용자들은 불편을 겪게 된다. 당장 고치기에도 힘든 수많은 버그가 발생한다. QA팀은 버그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개발팀을 탓하며, 개발팀은 문제도 사전에 발견해주지 못한 QA팀을 탓하게 된다. 버그가 많은 것도 모자라 고객은 프로그램 사용에 불편함이 많다 혹은 제대로 된 가이드가 없다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영업팀은 매뉴얼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문서작업팀을 원망한다. 문서작업팀에선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해 주지 않아서 매뉴얼의 결과가 이렇다는 식으로 영업팀을 책망한다.

효과적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괜찮아요"

상황이 이쯤 되면 각 팀에선 문제를 해결할 생각을 하기에 앞서 원인을 남 탓으로 돌리기에 바빠진다. 그리고 많은 일들을 타인에게 미룬다. 직접 나서서 했다가 문제만 일으켜서 책임 쓰기 싫다는 이유로 항상 적당히만 하려 한다. QA팀에선 애매한 모듈에 대해 서로 테스트를 하지 않으려 하고, 개발팀에서는 누구의 코드 때문에 버그가 생겼다며 논쟁한다. 영업팀에서는 고객에게 온 연락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 일쑤다.

이런 상황에 가장 필요한 것은 빠른 속도의 문제 해결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배려일 것이다. 그리고 이해심이다. 자신의 잘못을 누군가가 커버해준다면, 그리고 실수를 보완하기 위해 모두 함께 노력해 준다면, 모든 문제는 원활하게 풀리지 않을까 싶다. 아니 설사 풀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더 이상 나빠지는 사태만은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 같은 배려심과 이해심을 표출시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그 방법은 단 한마디로 말로 시작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괜찮아요” 라는 표현이다. 다른 사람이 만든 실수지만 그래도 어떤 관점에서 보면 누구 한사람의 잘못이라고 꼬집일 수 없는 현재의 프로젝트 상황. 이 프로젝트의 일원들에게 설문조사를 하여 서로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아본다면 아마 괜찮다는 말 한마디가 가장 높은 표를 얻지 않을까.

비록 개발팀의 실수 코드로 인해 버그가 탄생했더라도 QA팀에서 괜찮다고 말해주는 이해심, 그리고 테스트 단계에서 충분히 발견할 수 있는 문제가 그대로 릴리즈되어 고객사에게 일일히 해명하러 다니는 영업지원팀도 그정도는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배려. 이런것이 바로 누군가와 같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괜찮아요”라는 말을 듣고 싶은 대상은 어쨌든 문제를 더 많이 일으킨 입장일 것이다. 그리고 목이 말라서 우물을 파고 싶어하는 더 아쉬운 쪽이다. 남녀 관계도 어찌보면 두 사람이 진행하는 하나의 인생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남자 쪽에서 “괜찮아요”를 더 많이 듣고 싶은 사람은 먼저 나서서 사랑한다는 표현을 써보라고 권하고 싶다. 마찬가지로 프로젝트 진행중 “괜찮아요” 라는 말을 듣고 싶은 개발자들은 먼저 자신이 그 말을 건네며 이해심을 베풀어 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그런 한마디 한마디로 인해 프로젝트에 밝은 분위기가 피어날 수 있고, 마치 베토벤 바이러스에 감염된 음악인들 처럼 배려심 바이러스가 구성원 사이 내부로 전파되어 프로젝트 진행에 더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지 않을까.

Posted by window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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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05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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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 도입부만 보고 깜짝 놀랐어요.. 아니 왜 이런 내용이 나오지?!?! 하고..ㅋㅋ
    • 2009/03/13 11:23
      댓글 주소 수정/삭제
      ㅎㅎ 전 원래 도입부는 쓸데없는 내용으로 시작 ;
  2. 2009/03/13 09:19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감동적인 글입니다.
    • 2009/03/13 11:24
      댓글 주소 수정/삭제
      아오. 감사합니다. 용휘씨는 항상 hardcore 하게 일하시니 고생이 많겠어요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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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dow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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